공평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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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화가 김요희, 코스모스 사이로 피어나는 ‘번짐의 미학’

[일간스포츠] 입력 2013.10.08 07:00수정 2013.10.08 1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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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모스와 파도

오는 23일부터 29일까지 서울 공평아트갤러리에서 12번째 개인전을 여는 여류 서양화가 김요희(50·대구예술대학교 겸임교수)는 전혀 상반된 소재를 동시에 품고 있다. 일관되게 추구해온 코스모스 그림은 천상 여자인 그의 외면과 어울리고, 파도 그림은 격정적이고 남성적인 그의 내면을 반영한다. 가냘픈 모습이었지만 무시무시한 작품을 써낸 소설 '폭풍의 언덕'의 작가 에밀리 브론테와 비슷하다고 할까.

이번 전시의 제목은 '코스모스의 향기'로 10번째 전시 때와 같다. 그의 수채화들에서 중요한 건 코스모스 뒤로 넓게 자리한 푸른 배경에서 발생한 푸른색 물감의 번짐이다. 아로스지(코끼리 변으로 만든 종이) 위에서 번짐은 오묘한 조화와 빛깔로 이어진다. 번짐이 미치지 못한 여백은 천변만화하는 구름처럼 보이면서 상상력을 끝없이 자극한다.

김요희의 그림에선 코스모스가 전면에 나서지 않는다. 하나의 객체일 뿐인 코스모스가 인간이라면 강한 기운이 도는 푸른 바탕은 우주다. 그래서 그의 코스모스화는 우주와 인간의 관계를 가리킨다.

김요희는 "유화는 작가의 붓터치대로 나타나기 때문에 우연이 없다. 수채화는 번짐이 어디로 갈 지 모른다"면서 "수채화는 하늘(신)과 함께 그리는 것 같은 느낌이다. 번짐이 내 의도보다 좋게 나오면 행복하다"고 말했다.

제18·19회 대한민국 미술대전에서 수상한 김요희는 화가인 동시에 30년 경력의 꽃꽂이 강사이기도 하다. 모든 종류의 꽃을 다 겪어봤다는 그는 "코스모스나 개망초같은 들꽃을 가장 좋아한다. 코스모스는 꽃꽂이 할 수 없을 정도로 연약한 꽃"이라면서 "내 그림 속에서 살 수 있도록 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파도 역시 김요희가 즐겨 그리는 소재다. 바위에 부딪히는 파도 그림은 어떤 남자 작가의 작품보다도 에너지가 넘친다. 파도와 코스모스의 중간 스펙트럼 쯤에 있는 설경 그림도 강한 느낌을 전한다. 그의 스타일은 동양화와 서양화, 남성과 여성성을 모두 아울러 독특하다.

김요희는 "아버지(고 김진욱 화백)는 동양화를 했고, 딸은 동양화를 전공하고 있다. 먹 냄새가 싫어 서양화를 택했지만 내 몸 속에 동양화의 피가 흐르고 있는 것도 사실"이라면서 "이번 전시에선 코스모스와 설경 그림을 함께 보여주겠다"고 전했다.

장상용 기자 enise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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